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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회 소식
한의학의 경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한의학의 토대가 되었으며 여기에 많은 임상경험과 과학적 산물들의 결합으로 지금의 현대 한의학이 탄생하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2700여 년 전, 그 시절 세계관에서 세상은 동·서·남·북·중앙 지역으로 나뉜다.
황제내경에는 “중앙지역은 기후가 온화하며 지세가 평평하고 습하여 만물이 생장하기 적합하다. 그로 인해 물산이 풍부해 먹는 것이 다양하고 사람들의 생활이 게을러서 움직이는 것을 자연히 싫어하게 되어 사지가 약해지고, 궐역증(팔다리가 차가워지고, 때로는 열이 나기도 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 무기력 등이 나타나는 증상)이 많이 발생하여 도인안교법이 발달하였다”라고 기술돼있다. 이처럼 수천년 전에는 온화하고 사람들이 살기 좋은 지역에 도인안교법이 발달했다. 현대사회 역시 언제나 풍부한 먹거리와 많은 편리함으로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이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것이 2700여 년 전의 중앙지역과 꼭 닮았다. 현대인들에게 도인안교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도인안교법이란 팔다리를 밀고 잡아당기며 운동을 시키고 안마를 통해 신체의 틀어짐을 바로 잡는 치료법이다. 현대 한의학에서 많이 이용하는 치료법인 추나요법을 말한다. 한의학의 치료법은 크게 한약을 이용한 약물치료와, 침, 부항, 물리치료기를 이용한 물리적 치료, 약물과 물리적 치료가 합해진 뜸 치료, 약침 치료 등이 있다. 여기에 과거의 중앙지역에서 사는 사람들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추나치료가 더해져서 온전한 현대 한의학이 완성된다. 침과 부항, 뜸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누구나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으나, 나머지 치료들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남아있어 국민의 소중한 진료선택권과 편익성이 경제적인 이유로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다행히 2019년 3월부터는 추나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확정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현대한의학의 필수 치료 중 하나를 부담없이 받을 수 있게 됐다.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3월부터는 수술을 하지 않고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려는 환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 단순추나, 복잡추나, 특수추나 기법이 보험에 적용되며 환자들은 시술에 따라 2~3만원의 본인부담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추나요법의 치료 기간은 환자 개개인의 증상과 체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0~20회 정도면 근육이 안정적으로 회복되며. 추나요법과 함께 환자 자신이 나쁜 생활 습관과 자세를 교정하도록 노력하면 더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추나요법이 근골격계 질환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난임과 각종 만성질환, 순환기 장애 등의 여러 가지 질병에도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건강보험의 적용은 근골격계 질환에만 한정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순환기와 내분비 질환에 추나를 응용한 치료를 많이 하고 있다. 이번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을 토대로 향후 더 많은 질환의 추나치료 건강보험 적용이 이루어져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인 치료를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앞으로 환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현대 한의학의 또 다른 치료법인 첩약과 약침 같은 치료도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포함됨으로써 국민들이 한의약 치료를 받고 싶어도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이를 외면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급여의 급여화’는 당장 자금이 투여되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의료비로 나가는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진료받는 환자의 입장에서도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올 한해 의료비는 줄이고 몸은 더욱 건강해져 모두가 열심히 뛰는 활기찬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태희 광주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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